데미 무어 꺾고 오스카 여우주연상…99년생 신데렐라 탄생
왼쪽부터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남우주연상), '아노라' 마이키 매디슨(여우주연상), '에밀리아 페레즈' 조이 살다나(여우조연상),
'리얼 페인' 키런 컬킨(남우조연상).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변
무명 매디슨 발탁한 '아노라'
숀 베이커 감독상 등 5관왕
'브루탈리스트' 주인공 브로디
'피아니스트' 이어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조이 살다나 영예
남우조연상은 키런 컬킨 수상
1999년생 20대 배우가 할리우드 대선배 데미 무어를 꺾고 세계 영화계의 최정상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영화 '아노라'에서 뉴욕 스트립걸을 대역 없이 연기하며 화제를 모은 미국 배우 마이키 매디슨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만 25세인 그녀는 생애 첫 아카데미상(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손에 쥐며 글로벌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매디슨이 출연한 영화 '아노라'는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등 연출 부문 상까지 싹쓸이하며 무려 '총 5관왕'에 올랐다. '아노라'는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스카 트로피 5개를 받아내 시대의 걸작으로 남게 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아노라'는 5관왕, '브루탈리스트'는 3관왕(촬영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듄: 파트2'는 2관왕(시각효과상, 음향상), '에밀리아 페레즈'는 2관왕(여우조연상, 주제가상)을 차지했다. 이날 3시간 동안 진행된 오스카 시상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영화 '서브스턴스'에서 퇴물로 전락한 스타를 연기한 데미 무어가 과연 인생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을지였다. 그러나 작년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에마 스톤이 호명한 올해 여우주연상 수상자는 '아노라'의 매디슨이었다.
숀 베이커 감독이 연출한 '아노라'는 뉴욕의 스트립걸인 애니(본명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집 남성과 장난으로 결혼했다가 혼인 무효 위기에 놓이면서 극렬히 저항하는 이야기를 담은 블랙 코미디 영화다. 매디슨은 2013년 '리타이어먼트'란 단편으로 데뷔했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사실상 이름이 덜 알려진 변방의 연기자였다.
영화 '아노라'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모두 거머쥔 숀 베이커 감독(가운데)이 영화 제작사 관계자들과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러나 '아노라'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매디슨은 "이번 기회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애니 역에 혼신을 다했다. 전라 노출에 수도 없이 펼쳐지는 베드신, 극중 전개되는 두 번의 격렬한 싸움도 전부 직접 소화했다. 20대 여배우의 열연은, 수십 년간의 연기 생활에도 오스카 트로피를 한 번도 받지 못한 대선배 데미 무어의 마지막 꿈을 침몰시켰다. 이날 시상식은 매디슨의 '대관식'에 가까웠다. 연단에 올라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안은 매디슨은 "지금 내가 받은 이 상은 매우 초현실적"이라며 "LA에서 자랐지만 할리우드는 항상 내게서 너무 멀리 느껴졌다. 내가 이곳에 서 있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내가 연기한 성(性) 노동자 커뮤니티를 인정하고 또 존중하고 싶다. 저는 계속해서 지원하고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노라'를 연출한 숀 베이커 감독은 작년 칸영화제에 이어 오스카 트로피를 휩쓸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연출 부문에서 최고상으로 평가되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이 모두 그의 차지였다. 베이커 감독은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드 로켓' 등 성 노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영화화해온 감독이다. 그는 "그들(자신이 취재한 성 노동자들)은 수년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와 삶의 경험을 저와 공유했다.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남우주연상은 '215분'의 상영시간으로 화제가 됐던 '브루탈리스트'의 주인공 에이드리언 브로디에게 돌아갔다.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건축가가 미국 이주 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 브로디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로도 이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두 번의 홀로코스트 영화 출연으로 역사적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두 번 받은 것이다.
마약 두목의 성전환을 다룬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변호사 리타 역을 맡은 조이 살다나는 여주조연상을 수상했다. 살다나는 '아바타'에서 네이티리 역을 맡은 배우로, 그는 이날 "이 상은 도미니카 출신 미국인이 받은 최초의 아카데미상이지만, 결코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시대 미국 이주민들에 가해지는 차별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에서 케빈의 사촌 동생이자 배우 매콜리 컬킨의 실제 남동생인 키런 컬킨은 '리얼 페인'으로 이번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올해 오스카 사회는 코난 오브라이언 특유의 품격 높은 유머, 그리고 촌철살인 같은 조롱이 곁들여져 무대를 들썩이게 했다. 오브라이언은 과거 인종차별 발언으로 본인이 출연한 영화의 오스카 수상에 먹칠한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을 면전에서 '뼈 있는 농담'으로 저격했고, 최근 LA 대형 산불로 사투를 벌였던 현직 소방관들을 무대로 불러 "이분들이 바로 영웅"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무대를 장식했고, 1980년대에 영화 '컬러 퍼플'에 함께 출연했던 우피 골드버그와 오프라 윈프리가 시상자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설적인 그룹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 영화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듄: 파트2'의 모래벌레의 하프 연주 등 볼거리로 가득했다.
[출처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