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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인가 게임인가… 이세돌도 뛰어든 ‘홀덤’ 열풍

최고관리자 0 762 2023.11.1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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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가 주관한 홀덤 대회에 참가한 이세돌씨가 플레이하는 모습. 

그 왼쪽은 드라마 ‘올인’ 주인공의 실제 모델 차민수씨다. /유튜브© 제공: 조선일보 정상혁 기자 


“족보는 아시죠?”

홀덤펍에 들어서자 주인장이 물었다. ‘족보’는 포커 카드에서 패의 우열을 뜻하는 은어. 바로 레이스에 합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전국 번화가를 점령한 현재 가장 뜨거운 업종임을 증명하듯, 지난 금요일 밤 8시쯤 찾은 경기도 성남의 한 홀덤펍에는 이미 수십 명이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술과 카드 게임(홀덤·Holdem)을 즐기는 공간. 어두침침 담배 연기 자욱할 것 같던 선입견은 곧장 깨졌다. 최근 개업한 근처 다른 가게로 가봤다. 고급 식당처럼 화사한 인테리어에, 게임 틈틈이 운동도 하라고 구석에 헬스 기구까지 비치해뒀다. “처음 왔다”고 하자, 딜러가 친절히 설명한다. “요새 진입 장벽이 낮아졌죠.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양성화되는 단계라고 봐요.”

자리에 앉으면 딜러가 카드 2장씩을 나눠준다. 순차적으로 베팅이 시작된다. 이후 모든 참가자가 공유하는 카드 5장이 테이블에 깔린다. 공유된 카드와 자기만의 카드 2장으로 최선의 패 5장을 조합해 승부를 낸다. 참여 인원은 최대 11명, 개인 카드 2장은 마지막 ‘쇼다운’ 순간에야 공개된다. 확률과 경우의 수를 두고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돈을 걸거나, 거기에 목숨만 걸지 않는다면 분명 스릴 넘치는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다. 미국의 경우 CBS스포츠가 홀덤 대회를 중계할 정도로 대중화돼 있다.

카지노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지만 ‘사행성’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친목 도모와 이색 데이트 장소로 저변을 넓히려는 업계의 노력도 이어졌다. ‘초보자 무료 강습’과 ‘주류 무료 제공’ 등을 앞세워 홀덤펍이 우후죽순 성행한 배경이다. 최근 전수 조사에 나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국의 홀덤펍은 1200여 곳 수준. 하지만 한국홀덤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은 “적어도 수천 곳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대한스포츠홀덤협회가 대회 참가자 2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홀덤을 접한 지 얼마나 됐나’는 질문에 83%가 1년 미만으로 답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최근 ‘프로홀덤협회’ 설립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프로 리그를 출범해 홀덤을 ‘스포츠’로 정착하겠다는 복안이다.

홀덤 열풍에는 유명인들도 크게 한몫한다. 프로게이머 임요환, 개그맨 김학도, 래퍼 서출구, 유도 국가대표를 지낸 조준호…. 모두 홀덤 플레이어다. 세계적 바둑 기사 이세돌(40)씨가 택한 다음 행보 역시 홀덤이었다. 입문 2년 차 수준급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 9월 한 국내 홀덤 대회 홍보대사로도 임명됐다. 이씨는 “홀덤과 바둑은 상대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심리전을 한다는 점에서 엇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운’이다. 패가 일방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행성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실력이 80~90%라고 봐요. 운이 작용하는 부분을 ‘재미’라고 생각하시면 조금 더 접근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홀덤 대회 ‘WSOP’ 등을 휩쓴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인 홍진호(41)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내가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활동할 때 내 직업을 당당히 말하기 힘들었듯이 지금 홀덤이 그렇다”면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도박이 될 수도, 하나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 국내에도 홀덤인이 늘어나고 펍도 많이 생기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다… 초기에 PC방도 엄청 잘됐다. 거의 동네에 5m마다 하나가 있었는데, 많이 망하고 또 살아남으면서 어느 정도 구조가 형성이 됐다. 홀덤도 마찬가지다. 이 문화 자체를 키워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 욕심 때문이다. 일반적인 홀덤펍은 실제 돈을 거는 대신 승자에게 ‘무료 이용권’을 주는 식으로 운영되지만, 이를 몰래 현금화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기는 사실상의 도박장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빈번히 적발되고 있다. 자주 소환되는 유사 사례가 바로 2000년대 초반 ‘바다이야기’다. 우려가 커지자 지난 7월 정부 합동 ‘홀덤펍 불법 대응 TF’가 구성됐고, 검거 공로자 보상금도 기존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상향했다. 카지노 유사 행위 금지 규정을 도입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지난 8월 발의됐다. TF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집중 감시·단속을 진행하고 이후에도 불법 행위가 잦아들 때까지 조직은 계속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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