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유언에 일본국적 버리고 한국행…허미미 값진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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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유언에 일본국적 버리고 한국행…허미미 값진 은메달

최고관리자 0 1386 2024.08.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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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허미미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일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 온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올림픽 유도 57㎏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게 석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허미미는 연장전 시작 2분35초에 메치기를 시도하다가 위장 공격 판정을 받고 아쉽게 반칙패했다. 심판의 세 번째 지도 판정에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지만 허미미는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결승전을 아쉽게 마치고 만난 허미미는 “(할머니에게) 오늘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쉽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전에까지 나가서 정말 행복했다. 메달을 딴 것도 너무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애국가 가사를 미리 외웠다던 허미미는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며 4년 뒤를 기약했다. 그는 “(4년 뒤엔)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도복을 입은 허미미는 중학교 때부터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했다.

허미미는 운동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명문대인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했다. 그러던 2021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손녀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후 허미미는 한국행을 택했다. 한동안 한국·일본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지난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됐다.

허미미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같은 재일 교포 김지수(23)를 따라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입단 과정에서 허미미는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태극마크를 다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던 때여서 출입국 절차가 까다로워 한일 양국을 오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의 아버지도 아직 10대인 어린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만류하기도 했다.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은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고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보니 그때가 허미미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허미미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다. 이후 폭풍 성장을 이어 왔다. 기존에 약점으로 평가받던 근력을 보강했고 경기 운영 능력도 국제 경험을 쌓아가며 보완해나갔다.

허미미는 2022년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5월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었다.


©국민일보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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