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털털이로 가족과 생이별"…필사적으로 탈출한 러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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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털털이로 가족과 생이별"…필사적으로 탈출한 러 청년들

최고관리자 0 804 2022.09.3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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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반=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예레반 외곽의 국제 공항에 도착한 러시아 남성이 짐을 끌고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많은 러시아 남성이 러시아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09.23.© 뉴시스

"1살 난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을 피해 탈출에 성공한 30대 러시아 남성은 떠나야 했던 순간에 대해 이렇게 떠올렸다. 사흘 간 4차례의 비행기를 갈아탄 끝에 어렵게 튀르키예(터키)에 정착한 그는 "인생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며 괴로운 심경을 표현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선포 전후 항공편으로 탈출해 다른 곳에 정착한 러시아 청년들의 사례들을 취재해 보도했다. 출신 지역과 직업은 달랐지만 가족과의 생이별을 감수한 채 급히 탈출해야했던 순간에 대한 괴로움 만큼은 공통적으로 호소했다.


지난 21일 동원령 선포 이전부터 징집을 피해 떠나려는 러시아인들이 급증하면서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아르메니아 예르반과 같은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지역의 항공권의 경우 가격이 급증했다. 모스크바-이스탄불 이코노미석 편도 항공권은 최저가가 2900달러(약 411만원)까지 치솟았지만 그 마저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러시아 서남부 소치 출신 건설 노동자라고 스스로 소개한 32세 남성은 러시아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익명을 전제로 NYT 인터뷰에 응했다. 아내와 한 살 배기 아들을 두고 급히 떠났다고 한다.

그는 동원령 선포 이틀 뒤인 지난 23일 어렵게 소치발 튀르키예행 항공권을 구해 출국했다. 직항 티켓이 동이나면서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튀르키예 안탈리아를 거쳐 이스탄불에 안착했다. 사흘 간 4차례 환승을 해야했다.

우크라이나계 러시아인이라는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랐다고 한다. 동원령 발표 당일 아내와 상의 끝에 어렵게 탈출을 결정했다. 항공권 구매까지 이틀이 걸렸다.

그는 "하루만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탈출 비용을 마련했다. 아내와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떠나야 했다"며 "제 인생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탈출 이유에 관해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려가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도 주요 탈출 도시 중 한 곳이다. 러시아 남부 사마라주(州)에서 카자흐스탄 서부 오랄주까지는 300㎞ 거리에 있다.

카자흐스탄의 탐사전문기자 루크판 아흐메디야로프는 오랄시(市) 중앙역 근처에서 러시아 청년들에게 필요한 식사와 유심카드 등을 제공하는 자원봉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곳 오랄에는 입영 연령대의 수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휴대전화와 가방만을 들고 다니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은 그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청년들은 잠시 머물 수 있는 카페 등을 전전한다"며 "매일밤 영화관과 이슬람사원 등지에는 200여명의 러시아인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0대 영화감독이라는 한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출신 아내와 상의 끝에 동원령 선포 전부터 모스크바를 떠날 결심을 했다고 한다.

동원령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9일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탈출 여부에 대해 아내와 30분 가량을 고민했다는 그는 곧바로 구매 가능한 비행기표를 찾기 시작했다. 날짜, 행선지 확인 없이 무조건 출국 가능한 표를 예매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예매를 시도할 때마다 다른 20명이 예매 대기중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었다"고 말했다. 예매 전쟁 끝에 이스탄불행 티켓을 구해 가까스로 모스크바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나는 가족과 조부모님을 다시는 못 볼 것"이라면서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는 그 나라(러시아)를 떠난 것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순간 슬픈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왔다는 26세 청년 세르게이는 현재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머물고 있다. 동원령 선포 순간 필수 옷가지만 챙겨 모스크바 공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비행기표를 마련했다.

부모님과 할머니를 모스크바에 두고 떠나야 했다는 그는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한다.

세르게이는 "동원령이 발령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빗나갔다. 슬픔과 혼란스러움을 느꼈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면서 "아직 러시아에 남아 있는 내 친구들도 아무도 징집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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