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옷 입어라" 졸업식도 못 간 트랜스젠더 소녀… 미국 학교는 '문화전쟁' 중
지난해 6월 미국 뉴욕 5번가에서 시민들이 성소수자들의 축제 '프라이드 행진'에 참여해 거리를 걷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보수 성향 판사, 학교 측 손 들어줘
"법원이 명백한 차별 지지해" 비판
미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보수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교육 당국과 법원이 한 10대 트랜스젠더 소녀의 졸업식 참석을 가로막는 일까지 발생했다.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에 따라, 남자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논리를 댔다. 최근 미국 내 '문화전쟁'이 격렬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20일(현지시간) 미시시피프리프레스에 따르면, 미시시피 남부 연방지법의 테일러 맥닐 연방판사는 전날 "미시시피주 해리슨카운티 교육구는 지정된 복장을 입지 않은 학생의 졸업식 참석을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해리슨센트럴 고교 3학년인 트랜스젠더 소녀(17)가 해리슨카운티 교육구와 교육위원회, 켈리 풀러 해리슨센트럴고 교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교육 당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맥닐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임명한 보수 성향 인물이다.
소장에서 이 소녀는 "여학생으로 입학했고, 과거 학교 행사에서도 드레스를 입는 등 여학생과 다름없는 학교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졸업식이 2주도 안 남았던 지난 9일, 학교 측은 소녀에게 "남자 옷을 입지 않으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남학생은 흰 셔츠에 넥타이와 검은 바지, 여학생은 흰색 드레스를 입는 게 이 학교의 졸업식 복장 규정이다.
소녀의 가족은 이에 "학교 측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 평등보호조항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결국 소녀는 20일 오후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 최대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린다 모리스 변호사는 "교육 당국의 명백한 차별을 지지하는 법원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며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모리스 변호사는 미 공영 NPR방송 인터뷰에서 "누구도 성별 때문에 인생에 한 번뿐인 졸업식을 놓치도록 강요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반작용은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문화전쟁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미국 46개 주에서 의원 발의된 반(反)성소수자 법안은 650개가 넘는다. 이 중 160개 이상이 학교 안의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법안이다.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 교육뿐 아니라, 관련 언급 자체를 금지한 플로리다주가 대표적이다. 성소수자 보호 조직인 '트레버 프로젝트'는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에 대한 논쟁이 성소수자 청소년 86%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