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옷 입어라" 졸업식도 못 간 트랜스젠더 소녀… 미국 학교는 '문화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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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옷 입어라" 졸업식도 못 간 트랜스젠더 소녀… 미국 학교는 '문화전쟁' 중

최고관리자 0 813 2023.05.2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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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미국 뉴욕 5번가에서 시민들이 성소수자들의 축제 '프라이드 행진'에 참여해 거리를 걷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보수 성향 판사, 학교 측 손 들어줘
"법원이 명백한 차별 지지해" 비판


미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보수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교육 당국과 법원이 한 10대 트랜스젠더 소녀의 졸업식 참석을 가로막는 일까지 발생했다.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에 따라, 남자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논리를 댔다. 최근 미국 내 '문화전쟁'이 격렬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20일(현지시간) 미시시피프리프레스에 따르면, 미시시피 남부 연방지법의 테일러 맥닐 연방판사는 전날 "미시시피주 해리슨카운티 교육구는 지정된 복장을 입지 않은 학생의 졸업식 참석을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해리슨센트럴 고교 3학년인 트랜스젠더 소녀(17)가 해리슨카운티 교육구와 교육위원회, 켈리 풀러 해리슨센트럴고 교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교육 당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맥닐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임명한 보수 성향 인물이다.

소장에서 이 소녀는 "여학생으로 입학했고, 과거 학교 행사에서도 드레스를 입는 등 여학생과 다름없는 학교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졸업식이 2주도 안 남았던 지난 9일, 학교 측은 소녀에게 "남자 옷을 입지 않으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남학생은 흰 셔츠에 넥타이와 검은 바지, 여학생은 흰색 드레스를 입는 게 이 학교의 졸업식 복장 규정이다.

소녀의 가족은 이에 "학교 측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 평등보호조항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결국 소녀는 20일 오후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 최대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린다 모리스 변호사는 "교육 당국의 명백한 차별을 지지하는 법원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며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모리스 변호사는 미 공영 NPR방송 인터뷰에서 "누구도 성별 때문에 인생에 한 번뿐인 졸업식을 놓치도록 강요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판결은 일찌감치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눈뜨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어긋나는 측면이 많다. 지난 2월 갤럽이 Z세대(1997~2004년생) 1만 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19.7%가 자신을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라고 답했다. 캐시 레나 전국성소수자대책위원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젊은 성소수자 증가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내가 누구인지의 정체성은 우리 안에 뿌리내려 있고,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완벽하다는 걸 말할 수 있는 문화'에서 자란 젊은이들을 결코 과거로 되돌릴 순 없다"고 했다. 미 공공종교연구소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서도 미국인 10명 중 8명(79%)은 성소수자 보호법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치적 반작용은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문화전쟁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미국 46개 주에서 의원 발의된 반(反)성소수자 법안은 650개가 넘는다. 이 중 160개 이상이 학교 안의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법안이다.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 교육뿐 아니라, 관련 언급 자체를 금지한 플로리다주가 대표적이다. 성소수자 보호 조직인 '트레버 프로젝트'는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에 대한 논쟁이 성소수자 청소년 86%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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