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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로” “핵으로” 푸틴의 극과 극 발언… 혼란케하는 광인 전략?

최고관리자 0 622 2022.12.23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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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자국 인권이사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제공: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해 ‘핵무기 사용 위협’과 ‘외교적 협상 가능’ 카드를 번갈아 사용하며 극과 극을 오가는 행태를 계속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부터 따지면 최소 5번 이상 핵 위협과 평화 협상 제안을 반복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변형된 ‘광인(狂人·madman) 전략’”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건강 악화로 판단력이 흐려진 방증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목표는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인 동시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며 핵무기 사용 위협 카드를 꺼낸 지 보름 만에 외교를 통한 종전(終戰)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푸틴은 이날 “모든 무력 충돌은 외교적 협상을 통해 끝난다”며 “우리는 이런 입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주요 외신들은 “푸틴의 발언은 외교를 통한 조기 종전을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이 발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바로 다음 날에 나왔다는 것에 주목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의회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18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의 추가 군사 지원을 확정했다. 미국이 전쟁 장기화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자, 압박을 느낀 푸틴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이 같은 ‘오락가락 행태’를 반복해 왔다. 침공을 9일 앞둔 2월 15일에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15만명에 달하는 병력을 집결시켜 놓고도 “외교적 협상을 통한 안보 문제 해결을 원한다”며 서방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격적 침공을 감행한 뒤에는 “러시아는 핵보유국 중 하나”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를 직접 공격하면 불행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는 태도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하고 북부 전선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4월 초부터는 주요 측근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의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달 27일에는 “러시아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무기가 있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7월에는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통해 “휴전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9월 들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를 전격 합병한 뒤에는 “러시아 영토가 위협받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며 표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전쟁이 푸틴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통제 불능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군 피해가 커지고, 경제 사정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푸틴은 민심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쟁을 적극 지지해 온 강경파의 불만마저 커지면서 일각에선 실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WSJ는 “당황한 푸틴이 ‘최후통첩 후 유턴’ ‘전쟁 목표 수정’ 등을 반복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벼랑 끝에 몰린 푸틴이 고도의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독단적 판단으로 ‘핵전쟁’이라는 파국과 외교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며 장기화하는 전쟁에 지쳐 가는 서방을 협상장으로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협상 상대방에게 자신을 비이성적 판단(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미치광이’로 인식시켜 위협하는 광인 전략에,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인정 등 ‘양보’를 하면 손쉽게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온건한 메시지를 번갈아 던지면서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영국 더선 등 일부 매체는 “푸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외교적 협상을 통한 종전을 언급한 것은 그의 건강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들은 “푸틴이 초기 파킨슨씨병과 췌장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 문제로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지면서 일관성 없는 언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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